모정(母情)
깊은 산속, 땅을 개척하며 사는 젊은 부부와 그의 아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남편이 시내에 볼 일이 있어 사흘동안 집을 비우게 되어 그의 아내는 아이들과 지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내는 뒤뜰의 장작더미를 가져다가 불을 지펴 밥을 할 생각으로 뒷뜰에 갔다가 그만 장작더미 속에 숨어 있던 뱀에게 팔을 물리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엄습해 오는 독의 통증 속에서도 아내에게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습니다.
"뱀에게 물렸으니 독이 온몸에 퍼질테고, 남편은 사흘
뒤에나 돌아 올텐데 꼼짝없이 죽게 생겼구나...
내가 죽으면 아이들은 사흘 동안 어떻게 지낼까...?"
그녀는 순간적으로 이렇게 생각이 미치자 빨리 아이들을 위해 사흘동안 지낼 수 있도록 일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장작더미를 가져다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큰 딸에게 불을 지피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 사흘 동안 계속 불을 지필 수 있도록 하고, 먹을 것을 준비해서 아이들의 손이 닿는 곳에 놓아두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불러모아 이야기를 했습니다.
"얘들아! 엄마가 깨어나지 않아도 놀라지도 말고 무서워 하지도 말아라...
잘 지내고 있으면 곧 아빠가 돌아 오실꺼야...."
그녀는 뱀에 물린 상처가 붓고 통증이 온 몸으로 퍼져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홀로 남겨질 자신의 어린 자녀들을 생각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이를 악물고, 자신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집 안팎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갓난아기를 둘러업고 산과 들과 밭을 오가며 땔감을 마련해 놓고, 감자를 밭에서 캐서 집으로 옮기고, 물을 길어 독에 채우느라 그녀의 몸에는 땀이 물흐르듯 흘러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야속한 하루가 저물어 갔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저녁을 아이들을 위해 차려주고 아내는 세상에서 다시 보지 못할 아이들의 얼굴에 기억에 새기고 마음에 새기며 눈물을 안으로 삼켰습니다.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던 아내는 어느 순간 피로와 고통이 함께 교차하며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다음 날, 칭얼대는 막내의 울음 소리에 아내는 부스스 눈을 떴습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자신은 죽지 않고 살아있었습니다.
너무나 놀란 아내는 뱀에 물린 팔에 붓기가 가라앉고 통증 없이 가벼워진 자신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생명을 주신 하늘에 감사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어떻게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걸까요?
자신을 돌보지 않고 오직 자녀들을 위해 흘렸던 무수한 땀과 눈물로 인해, 몸 안에 퍼졌던 독이 녹아 몸 밖으로 빠져 나왔던 것입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죽음조차 이겨낼 수 있게 해주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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