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5일 월요일

담쟁이 몽이의 소원1

                         몽이의 소원 

                        첫번째 이야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둡고 습한 땅 속에서 어린 담쟁이는 부스스 눈을 떴습니다. 

보이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고 아직은 차가운 기운 때문에 몸조차 제대로 가눌 수 없었습니다. 
 문득 엄마와 헤어지기 전 엄마가  늘 얘기했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하늘을 향한 소망은 잃지 말거라... 그 소망만 잃지 않는다면 설사 우리가 헤어진다 하더라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
                                                         .
                                                         .

 뜨거운 태양 볕이 내리쬐는 한 여름의 열기가 사라지고 어느 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던 가을이었습니다.
푸른 녹색을 띠던 몸도 까맣게 달아올라 덩굴나무 열매들은 하나 같이 예쁘게 달아오는 제 몸을 보며 누가 더 이쁜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느라 덩굴나무는 늘 부산하고 시끄러웠습니다. 
그런 열매들의 실갱이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열매들의 엄마인 담쟁이덩굴이었습니다.
엄마는 그런 열매들의 실갱이가 잦아드는 한 밤이면 달빛 가운데 스며드는 바람을 따라 많은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 아가야... 앞으로 너희들은 엄마를 떠나 알지 못하는 곳에서 홀로 살아야 할 때가 있을 거야... 때론 네 형제들끼리 함께 살아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곳이 어디든.. 누구와 함께 있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단다... 엄마는 항상 너희와 함께 있을거구.. 언젠가 다시 만날거라는거야... 그런데 너희가 엄마와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꼭 해야할 일이 있단다... 바로 하늘을 소망하는 거란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하늘을 향해 너희들의 손을 계속 내밀어야만 해.. 그 시간이 때론 고통스럽고 아플 때도 있지만 잘 참고 견디면 반드시 엄마와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너희가 함께 자라게 된다면 힘들고 지쳐있는 형과 동생의 손도 꼭 잡고 같이 올라가 주렴... 그럼 더 힘이 될 수 있을 거야.. 엄마 말을 꼭 잊지 말거라..."

엄마의 말은 항상 꿀송이처럼 달콤했지만 어느 순간 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 엄마의 말에 열매들은 그 말을 외면하기 시작했고 엄마가 하는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 자랑만 하는 열매들이 점점 들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가운데 송알이와 몽이는 한 줄기에서 태어난 쌍둥이였습니다. 

송알이는 힘이 세서 항상 엄마가 주는 양분을 많이 뺏어서 자기 배를 먼저 채웠죠.. 그래도 몽이는 그런 송알이를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몽이를 엄마는 늘 칭찬해 주었습니다. 

“우리 몽이는 항상 양보할 줄 알고, 이해할 줄 아는 착한 아이구나... 송알이가 지금은 저래도 언젠가 자기가 잘못한 걸 알고 너한테 고마워할 때가 있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처럼 늘 송알이를 이해하고 챙겨주렴...”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송알이가 욕심은 많아도 마음이 착하다는거 저도 알아요... 우린 엄마가 늘 서로 사랑하라고 한 형제잖아요..” 

엄마는 몽이의 착한 마음에 항상 마음이 기뻤습니다.

그래서 송알이가 자기 배를 열심히 채우고 잠들어 있을 때면 송알이에게 뺏긴 것 이상으로 몽이에게 양분을 듬뿍 주었습니다.
송알이는 이런 엄마의 사랑도 알지 못한채 몽이는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찐다면서 엄마에게 항상 자기에게 더 많은 양분을 달라고 졸라대곤 했습니다.
엄마는 그런 송알이의 투정도 사랑으로 다 받아 주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제법 가을의 중순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날... 담쟁이덩굴에는 엄마가 그렇게 걱정하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먹이를 찾아 무리를 지어 다니던 동박새 무리가 담 한 쪽을 풍성히 차지하고 탐스럽게 달려있는 담쟁이덩굴의 열매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많은 동박새 무리들이 덩굴로 모여들어 날카로운 발로 엄마 덩굴의 몸을 사정없이 움켜쥔 채 닥치는 대로 한움쿰씩 열매를 입에 물고 하늘로 날아 올랐습니다.

너무나 순식간의 일이라 엄마와 인사도 못한 채 날카로운 동박새 부리에 눌려 엄마 품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멀리서나마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무엇인가 소리 치고 있었습니다. “하늘만 바라보라고...” 

얼마가 지났을까요... 동박새 무리가 물고 있던 덩굴 열매들을 뱉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보기에 탐스러웠던 열매가 너무나 썼기 때문입니다.

하늘에서부터 땅으로 떨어지면서 같이 물려있던 송알이와 몽이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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